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기업 '딕션'…발음교정서비스 첫선

전성국 딕션 대표(오른쪽)와 발음 교정서비스 앱 `바름
전성국 딕션 대표(오른쪽)와 발음 교정서비스 앱 `바름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A씨(28)는 지난해 말 퇴사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상대방 말이 “아아엉아아”로 들리기 일쑤였고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인공와우를 거쳐 뇌가 인식해야 글자 형태로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 '정체불명'의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A씨 사례처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에게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딕션이 개발한 한국어 발음 교정 서비스 '바름'이다. 바름의 음성인식기술은 청각장애인의 단어 발음을 앱이 듣고 들리는 그대로 한글로 표기해 틀린 발음을 인지해 교정해주는 서비스이다.

청각장애 2급인 전성국 딕션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IT기업에서 디자인,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해왔다”며 “직급이 올라가면서 임원급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발음 연습을 도와줄 서비스가 마땅치 않았다”며 '바름'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딕션이 바름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였다. 확보한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서비스 성패의 관건이었다. 이때 딕션에 도움이 된 것은 과기정통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이었다.

회사는 '바름'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음성데이터가 필요했는데 데이터바우처 지원으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단어·문장의 올바른 발음뿐 아니라 틀린 발음 스크립트에 따른 성우녹음 데이터를 확보해 한국어 발음 교정 서비스 핵심기술인 음성인식 엔진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일상생활에서 '밥 맛있게 먹었어'라는 문장의 올바른 발음은 '밤 마시께 머거써'이다. 이를 부정확하게 '밥 마딛떼 머거떠'로 발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대로 표기된 본인의 발음과 올바른 발음을 하나씩 비교하며 틀린 음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름은 청각장애인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발음 정확도를 86%까지 끌어올렸다.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은 “데이터가 공동체 사회를 보호하고 소외 계층에 힘이 될 수 있음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절실히 느꼈다”면서 “데이터바우처 지원 사업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보탬을 주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